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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UPS 배터리 폭발로 정부 서비스 70개 마비

by 8883 2025.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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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UPS 배터리 폭발로 정부 서비스 70개 마비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경, 대전 유성구 화암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건물 내 무정전 전원 장치(UPS)에 사용된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약 100명의 직원이 긴급 대피했고, 직원 1명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보고되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정부 각 부처의 핵심 데이터와 행정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기관으로, 사실상 대한민국 디지털 정부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국가 핵심 전산망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중대한 사태로 이어졌다. 실제로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70여 개의 서비스가 중단되었으며, 119 신고 시스템도 전화 신고만 가능한 상태로 제한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등급 핵심 시스템 12개와 2등급 시스템 58개에 장애가 발생했고, 정부 부처 홈페이지와 이메일 서비스까지 차질을 빚어 국민 불편은 극심했다.

 

진화 작업이 장시간 이어진 배경에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특수한 위험성이 자리한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손상이나 과충전 시 내부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서 급격히 발열하는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내부 온도는 최대 섭씨 1,000도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고 재점화될 가능성도 높다. 소방당국은 초기에는 가스계 소화 설비를 이용해 산소 공급을 차단했으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결국 데이터 손실 우려를 감수하면서 물을 투입하고, 배터리를 분리해 냉각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화재가 단순한 화재 진압을 넘어, 시스템 보호와 진화 전략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요구하는 복합적 재난임을 보여준다.

 

이번 사고는 2022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UPS용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되어 카카오 서비스가 장시간 마비되며 국민 생활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불과 몇 년 사이 동일한 원인으로 대형 화재가 반복되었다는 점은, 현행 UPS 배터리 관리 규정의 미비와 안전 대책의 실효성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국가 핵심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단순한 시설 관리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UPS 배터리 전용 안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설치 공간의 분리, 온도와 습도 관리, 열 폭주 조기 감지 시스템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둘째, 리튬이온 화재에 대응 가능한 특수 소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전용 소화 약제와 냉각 기술을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으로 갖추고, 전문 대응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셋째, 재난 복구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단일 장애 지점이 전체 행정망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리적 분산과 이중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경고를 남겼다. 디지털 정부 시대에 핵심 전산망의 안정성과 복원력은 국민의 신뢰와 직결된다. 반복되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안전 규정 강화와 근본적 대응책 마련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신속한 복구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 불안을 최소화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안전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반드시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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